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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트라이', 현실과는 너무 다른 이야기

by 배배시 2025.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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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트라이', 현실과는 너무 다른 이야기

요즘 SBS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는 전직 국가대표 럭비선수였던 주인공이 폐부 위기의 고등학교 럭비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윤계상 배우의 복귀작이자,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럭비라는 종목이 소재로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스토리 전개도 빠르고, 학생들과 감독이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라 감동도 있고 울컥할 장면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를 보다 중간에 꺼버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현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운동선수 자녀를 둔 부모입니다

나는 아이를 운동선수로 키우고 있는 부모다. 그래서 누구보다 운동부 학생들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체육교사도 아닌 전직 선수임에도 학교 럭비부 감독이 되는 장면부터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현실에서는 감독은 교사여야 한다.

운동선수 출신이 아무리 경력이 뛰어나도, 학교 소속 감독이 되려면 교사 자격이 필요하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그런 행정적 조건은 하나도 없이, 교장의 제안으로 바로 감독이 된다. 아무리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라고 해도, 이건 너무했다 싶었다.

수업보다 훈련이 우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또 하나는 수업에 대한 묘사다. 드라마에서는 마치 수업 대신 훈련으로 하루를 보내는 듯한 장면이 많다.

물론 체육중이나 체육고등학교에서는 일반학교보다는 수업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 중간고사기간과 시합기간이 겹치면 시험을 빠지기도 하고, 기말고사 성적으로만 대체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종목이 체육학교에 있는 건 아니다.

종목이 없어 일반중, 일반고 체육부로 진학한 아이들은 일반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고, 같은 시험도 치러야 한다. 그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바로 '최저학력제'라는 장치다.

공부 못하면 경기 출전도 못 해? 현실적인 벽

이 제도는 전체 과목 평균 점수가 기준(예: 40%)에 미달할 경우, 다음 학기 시합 출전이 제한되는 제도였다. 언뜻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운동선수 아이들은 새벽부터 훈련하고, 수업 듣고, 방과 후 다시 훈련하며 저녁 8시가 넘어서야 귀가한다. 씻고 먹고 나면 그냥 쓰러져 자는 게 일상이다. 언제 공부를 하라는 건가? 물론 수업시간이라도 집중한다면 저 정도야 가능하지 않을까? 할수 도 있다.

그럼 운동선수 말고 최저학력제에 걸리는 친구는 진급을 못하거나 혹은 미술대회 피아노 대회에 출전못하나? 그건 아니다.

운동선수 중에는 실제로 이를 피하기 위해 자퇴하는 아이들이 늘었고, 교육부는 최저학력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대신 나온 제도가 바로 '기초학력미달제'이고, 그에 따라 도입된 것이 'Run-On(런온) 프로그램'이다.

런업 프로그램, 부모의 몫이 되는 제도

런업은 학기 중 일정 성적 기준에 미달한 학생선수에게, 방학 중 온라인 강의 26~28강 정도를 수강하게 하여 다음 학기 출전을 가능하게 해주는 제도다. 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기회는 줄게, 대신 최소한의 노력은 해줘"라는 의미니까. 하지만 정말 이 아이들이 집중해서 그 강의를 볼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합은 방학기간에 몰린다. 훈련시합훈련시합 하다보면 방학이 끝난다. 그럼 런업 과정은??? 부모가 대신 영상을 틀어놓고 갯수만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도는 좋지만 결국 공부도, 훈련도, 제도 이행도 모두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공부하고 있는 아이

출석도 동영상수업 3개로? 제도의 허술함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학교부터는 학교장 확인서를 제출해 나가는 공식대회조차, 수업 결석 처리를 피하려면 하루결석에 e-school 동영상 강의 3개를 들어야 한다. 시합 나가는 아이들은 결코 놀러 나가는 게 아니다. 그 하루는, 교실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고 돌아오는 소중한 시간이다. 과목별 지식은 부족할 수 있지만, 협동, 책임, 승패를 받아들이는 자세 같은 값진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걸 결석 처리하고, 동영상으로만 채우라고 하면 과연 그것이 교육일까?

아이도 학생, 선수… 그리고 결국 부모가 채운다

물론 아이가 운동을 하더라도 기초학력은 있어야 한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더라도 사회에서 살아갈 기본은 갖춰야 하니까. 그러나 지금의 시스템은 선수라는 정체성과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따로 놓고, 전부 다 '완벽히 해내라'고 요구하는 느낌이다. 그 모든 틈을 부모가 채워야 한다면, 그건 공교육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감독의 빈자리

운동부 감독, 진심보다 점수 따기가 앞선 현실

게다가 일반학교에서 운동부 감독을 맡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진심보단 점수 따기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특히 외곽 지역, 이른바 'ㅇㅇ군' 단위의 학교일수록 남자 교사의 비율이 높은건 이런 이유 때문이고, 운동부 운영이 곧 관리자 승진평가의 가점으로 작용하다 보니 '감독직' 자체가 승진용 포지션이 되어버린다. 아이들을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교사의 경력 관리 수단처럼 활용되는 셈이다. 그런 구조 속에서 과연 드라마처럼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을 다하는 감독이 가능할까? 오히려 그런 인물 자체가 더 드라마처럼 느껴질 정도다.

우리 아이의 현실, 그리고 무력한 부모의 마음

지금 우리 아이의 감독도 그렇다. 감독이란 명함은 있지만, 진심은 없다. 아이들을 향한 관심도, 성장에 대한 고민도 없이, 점수만을 위한 역할 수행이 전부다. 부모로서 이런 현실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게 괴롭다. 드라마에서는 감독이 아이의 눈빛 하나에도 마음을 읽어주고, 꿈을 응원해주는데 현실은 아이들의 감정조차 외면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 드라마를 도저히 볼 수 없었다.

훈련중인 선수와 코치

좋은 감독을 만나는 건 결국 아이의 운일까?

지금 이 시기는 아이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다. 초등 시절을 지나 중학교에 진학하며 몸도 마음도 빠르게 성장하는 때, 어떤 감독과 코치를 만나느냐는 그 아이의 선수생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

 열정 넘치고 진심 어린 감독님, 코치님을 만나는 것과 점수 따기용 명목상의 감독을 만나는 것의 차이는, 단순한 환경 차이가 아닌 인생 경로를 바꿀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요소를 우리는 '운'에 맡기고 있다. 좋은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지 아닐지는 그저 복불복이다. 정말 그게 맞는 걸까?

 

좋은 감독을 만날 수 있느냐 없느냐, 그저 그 아이의 운일까? 그리고 그 운에 아이의 앞날을 맡기는 것이 부모의 몫일까? 지금 나는 그 질문 앞에서 너무도 무력하다. 그래서 어떤 부모는 아이를 자퇴시키고,클럽팀에 등록시켜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혹은 그런 감독, 코치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시킨다. 그 부모는 과연 잘못된 걸까? 아니면 아주 현명한걸까?

 

 

드라마 '트라이'는 '기적'을 말하지만, 현실의 부모는 '현실'을 안다. 감동적인 장면 뒤에 숨겨진 이중적인 시스템, 그것을 모르고 만든 드라마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를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물론,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픽션이고, 때로는 현실과 다른 이상을 보여주며 위로를 건네는 장르라는 것도 안다. '트라이' 역시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 안에서 감동을 느끼고 희망을 얻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거다. 다만 나는, 내 아이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그 이상이 때론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겐 다른 시선으로 드라마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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